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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eague of Legends

3.5부리그 LCK의 식스맨

ㅇㅣ재욱 2018. 10. 23. 17:51


 4년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린 롤드컵. 작년까지 3년 연속 LCK 내전 결승이 이뤄지면서 'LCK의 적은 LCK뿐이다'라는 말까지 통용됐던 그 LCK가, 올해는 8강 단계에서 전멸했다. 사실 여기에 대해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전문성도 부족하거니와, 바로 어제 단군 캐스터를 포함해 클템, 빛돌, 강퀴, 장민철 등 5인이 개인방송을 통해 현 사태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보는 방송을 진행했던 터라 일개 롤 유저이자 시청자인 내가 굳이 사족을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흥미가 생기신 분들은 클템이나, 강퀴, 빛돌의 개인방송 다시보기나 추후에 클템의 유튜브에 요약되어 올라갈 영상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이 방송 내에서 빛돌이 화제를 던졌지만 흐지부지 넘어갔고, 개인적으로는 꽤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포인트에 대해서만이라도 한번 얘기해보고 싶다. 바로 식스맨 선정의 문제다.

 

 2014년 롤드컵 로스터가 5인에서 서브 멤버 1인을 포함하는 6인으로 늘어났고, 이 규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헌데 현 LCK 규정집에 따르면 LCK에 참가하는 팀들은 최대 10인까지 로스터 구성을 할 수 있고, 아프리카나 한화같은 구단은 특히 이 10인을 빡빡하게 다 채워 팀 내부 스크림 연습을 자주 진행해왔다. 

 덕분에 만약 LCK 내의 팀이 롤드컵에 진출하면, 이 식스맨으로 누구를 선정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하기 마련이다. 대체적으로 이 식스맨은 주전 정글러와 색깔 차이가 확실해 교체 출전 시 그 영향력을 전 라인에 행사할 수 있는 정글러로 선정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나는 이 얘기를 클템의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만 열번도 넘게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롤드컵 4강에 진출한 팀들을 살펴보면 정글러가 서브 멤버인 팀은 C9 뿐이고, 나머지 세 팀은 모두 탑 라이너가 식스맨으로 편성되어 있다. G2처럼 식스맨이 잘 활용되지 않는 케이스도 있지만, 이는 주목해볼 만한 점 아닐까.


 이번에 LCK에서 롤드컵에 진출한 팀들을 보면 젠지와 아프리카가 각각 앰비션과 모글리, 즉 정글러를 식스맨으로 두었고, kt는 특이하게도 이번 서머 시즌 딱 한경기 출전해 1패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신입 탑 라이너 킹겐을 식스맨으로 넣었다.


 면면을 살펴보면 kt는 이 식스맨을 선정하는 데 있어 가장 심플하게 실패한 팀이다. 주전 탑솔러 스멥의 폼에 아무리 의문부호가 찍혔다 해도 킹겐은 그런 스멥을 대체하여 롤드컵 무대에 나오기엔 대회 경험 자체가 너무도 일천한 선수다. 만약 그룹 스테이지에서 조기에 1위를 확보했다면 한 경기 정도 출장하여 경험을 쌓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kt는 마지막까지 EDG와 C조 1위 경쟁을 펼쳤던 터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출장 경험이 어느정도 있고 해외 리그 경험이 풍부한 러쉬나, 차라리 안식년 비스무리하게 회복에 집중했던 폰이 식스맨에 포함되는 게 훨씬 좋았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주전 스피릿에 서브 모글리를 넣었고, 세 팀 중 식스맨 선정만큼은 가장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부터 이 두 정글러가 재밌는 대비를 이룬다는 생각을 했었다. 프로 데뷔 6년차지만 널뛰는 기복과 떨어지는 안정감 대신 기세를 탔을 때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스피릿과, 라인을 케어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안정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지녔지만 주전 정글러로 활약하지는 못하는 모글리. C9과의 8강 2경기를 생각해보면, 교체 출전한 모글리는 자신의 교체 이유를 증명했고 게임의 승기 또한 거의 가져왔었다. 그럼에도 집중력이 떨어진 라이너들이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킬을 내주다가 결국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는데, 모글리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도 3경기에 교체를 당했다. 이견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지금도 이 교체는 패배원인을 잘못 분석한 잘못된 기용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LCK 세 팀 중 가장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젠지는 식스맨 선정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다. 주전 미드 라이너인 크라운이 최악의 폼을 보이며 무너진 탓도 있겠지만, 대회 시작 전 로스터 공개 때부터 플라이가 포함되지 않은 6인 로스터에 대해 말이 많았다. 가장 큰 쟁점은 정규 시즌 내내 크라운 대신 활약한 플라이가 식스맨 안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 큐베나 바텀 듀오가 비교적 확고한 주전이라면, 정글과 미드의 선수들은 각자가 애매한 점이 분명 존재했다. 정규시즌은 물론 선발전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했지만 주전 정글로 뛰어본 경험이 없는 하루, 팀의 정신적 지주라지만 정규시즌 활약은 지지부진하고 선발전에서도 SK전 1-2로 뒤진 상황에서 강판된 뒤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앰비션, 선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반등했지만 정규시즌 내내 폼이 회복되지 않아 플라이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던 크라운, 정규시즌에는 명실상부한 주전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선발전 때는 활약하지 못한 플라이까지.

 사실 이 네 명 중 하루는 이미 그리핀과의 선발전 5전제에서 자신이 충분히 주전 정글러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본다. 하루 또한 데뷔 3년차인, 마냥 신인이 아니기도 하고. 그렇다면 앰비션-크라운-플라이가 남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은 두 자리에는 크라운과 플라이가 들어갔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서머 시즌부터 롤드컵 선발전까지, 앰비션은 이 기간 동안 분명 셋 중 가장 부진한 선수임이 분명했으니까. 

 또한 하루가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라인전 단계부터 밀려 패배하는 게임 양상이 나올 때, 운영형 정글러인 앰비션으로는 이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오죽하면 앰비션을 미드라이너로 교체해 내보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크라운은 그룹 스테이지 4경기 바이탈리티 전에서 무너졌을 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꽤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C9과의 5경기를 연이어 치러야 했고, 탈락이 확정된 후에 치른 6경기 상대는 천적 소리까지 듣고있던 RNG였다. 물론 플라이가 교체출전한다고 해도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지에 대해선 속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크라운이 말자하같은 뻔하디 뻔한 카드를 꺼내며 자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 식스맨은 무조건 정글러일 필요도 없고, 적어도 팀이 어려움에 처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보낼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을 가진 즉시전력감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영표 전 선수가 월드컵 객원해설로 나왔을 때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을 했던 것처럼, 롤드컵 또한 경험이 아닌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맺는 증명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신인에게 경험을 쌓게 한다는 이유로, 정신적 지주라는 이유로 식스맨을 뽑은 kt와 젠지는 선정 단계에서부터 실패했고, 아프리카는 좋은 선수를 식스맨으로 뽑았지만 적절하게 기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했다. '올해'의 LCK는 결국, 롤드컵 8강따리로 증명을 마쳤다.




p.s. '3.5부리그'라는 호칭은 클템 해설이 개인방송에서 했던 비유를 참고했다. 이제 LCK는 6부리그가 아니냐는 시청자의 질문에 그건 아니라며 나름 순위를 재조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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