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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eague of Legends

1학년 5반 젠지, 그리고 최우범 감독

ㅇㅣ재욱 2018. 10. 17. 13:04


-연패 끊어서 신났다가 눈물짓는 룰러를 보고 급 숙연해진 우지(...)




 어제 KT가 C조 1위를 확정지으면서, 젠지는 LCK 유일한 탈락팀이자 2013년 롤드컵 때 삼성 오존[각주:1] 이후로 5년 만에 LCK 팀의 그룹 스테이지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1승 5패에 그룹 최하위로, 승패 스코어를 빗대어 '1학년 5반'이라는 조롱까지 듣고 있는게 현 시점이다. 과정 또한 처참해서 경기력이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퇴보하더니 마지막 RNG와의 6경기에서는 방점을 찍었다.

 대회 전 젠지의 최우범 감독은 북미의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AMA를 진행했었는데, 이 때의 발언들은 이후 재주목받고 있다. 물론 부정적으로.


https://old.reddit.com/r/leagueoflegends/comments/9hlq1t/i_am_edgar_geng_esports_lol_head_coach_ama/


 유럽과 북미, 특히 북미 지역의 선발팀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개무하시는 답변을 했는데 오히려 같은 조의 북미 '3시드' 팀인 C9은 특히 그룹 스테이지 2라운드를 전승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RNG와 순위결정전까지 벌이는 활약을 펼쳤다. 

 또한 유럽 선발팀 중 가장 전력이 애매하다고 평가받던 팀 바이탈리티도 꾸준하게 터져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 사이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교전을 거는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며 RNG에게 첫 패배를 안기는 등 멋진 모습을 보였기에, 8강 탈락은 물론 마지막 6경기 RNG전마저 무기력하게 무너져버린 젠지와 뚜렷하게 대비가 된다.


 AMA 내용들을 통해 보면, 최우범 감독은 과거 롤드컵에서 거둔 성취(우승 1회, 준우승 1회)에 사로잡혀, 현재 자신의 팀이 지닌 전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실패한 것 같다. 선발전에서의 드라마틱한 모습에 가려졌지만 왜 젠지가 선발전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냐면, 올 한해 내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프링, 서머 시즌 모두 5위) 

 그럼에도 지난 2년간 거의 똑같은 상황 속에서 롤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올해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만 가지고 있다가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선수 개개인의 부진, 코치진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싶을 정도의 막장 밴픽으로 자멸해 버린 것이다. 물론 밴픽은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지만 5경기 바이탈리티 전의 탑 우르곳 vs 이렐리아 매치나 크라운의 챔프폭을 한계까지 쥐어짜내도 나올게 없어 별 수 없이 꺼낸 듯한 말자하 픽, 6경기의 나미 픽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망한 밴픽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폼 또한 엉망이었다. 크라운은 라인전, 챔프 폭, 교전 집중력 등에서 아무런 강점 없이 무너지기만 할 뿐이었고 룰러는 중요 순간마다 소환사 스펠이나 궁극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짤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각주:2] 하루는 선발전 때의 포스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무색무취했으며 앰비션은 본인이 식스맨으로 기용된 이유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팀과 함께 무너졌다. 당초 롤드컵 시기에 크게 활약할거라 기대됐던 큐베 또한 상성에서 밀리는 챔프를 잡아[각주:3] 고스란히 밀리기만 할 뿐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폼이 괜찮았던 게 코어장전이었는데 서포터라는 포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변수 창출 능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RNG는 6경기에서 서폿 3밴 이후 쓰레쉬 선픽으로 코어장전을 봉쇄해버린다.


 아무튼 젠지는 탈락했고, 조 1위로 진출해 8강에서 서로 만날 일이 없게 된 KT와 아프리카가 상위 토너먼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가을 젠지도 없고, 롤드컵의 젠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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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으로 위의 AMA에서 최우범에게 언제부터 e-sports 분야에서 활동을 했냐는 어느 유저의 질문에 그가 자신이 스타크래프트 선수 출신이며 팀 내에서 '슈퍼스타'였다고 대답했는데, 산천초목이 웃을 일이다. 삼성전자 칸 출신 스타 프로게이머 중 슈퍼스타라고 불릴만 한 선수는 송병구, 허영무 정도고, 최우범이 활동하던 시기까지 넓혀봐도 변은종, 이성은 정도가 기억될 뿐이다. 

 최우범은 한때 특정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삼수범'[각주:4]이라 불리며 컬트적인 인기를 얻긴 했지만 개인리그 8강 1회 정도가 최고 성적인 일개 테란 유저 중 한명일 뿐이었다. 감독 최우범은 분명 성공한 지도자이지만, 선수 시절 과거 미화는 적당히 해 줬으면 좋겠다.




  1. 조별예선 14강 B조에서 5승 4패를 기록했고 순위결정전에서 갬빗에 패해 탈락했다. [본문으로]
  2. 5경기 바이탈리티 전 미드 1차타워 앞에서 무기력하게 끊긴 장면(20:10)은 특히 치명적이어서 김동준 해설이 아쉬운 마음에 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본문으로]
  3. 5경기 이렐리아, 6경기 쉔. 다만 6경기는 아트록스vs쉔 이라는 미스매치를 붙여놓고 탑 케어를 전혀 해주지 않는 모습 등 큐베 입장에서 억울한 점 또한 존재한다. [본문으로]
  4. 최우범이 개명하기 전 이름이 최수범이다. 유별나게 숫자 3과 인연이 많고 소속 팀 또한 '삼'성전자라서 이런 별명이 붙은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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